佳煐
善惡果

樂園?
 
 
당신은 낙원이 존재한다 믿나요. 지상낙원, 그러니까 부유함과 상관없이 오로지 행실로만 판단해 갈 수 있는 곳. 만일 그런 곳이 존재한다면, 당신과 내가 둘 다 낙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믿어요? 추방당하는 거죠. 나락이 아닌 낙원으로. 아, 물론 여태까지의 행보들 모두 껴안고. 내가 말하고 있을 때는, 내 눈을 좀 봐요. 눈 하나 피한다고 뒤틀릴 인연은 아니잖아. 나는 있잖아요, 당신의 버릇 하나하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눈 피하기 전 구는 행동, 또 어색한 헛기침, 미묘한 엇갈림. 그런 것쯤은 눈 감고도 파악할 수 있어요. 음, 허세 같아? 아닐걸. 이미 움찔거리고 있잖아. 우리 사이에 갑을 관계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이미 나락에서부터 이어져 온 사이니까……. 이자성 씨. 이자성, 그래, 이 찝찝한 이름. 마치 여름밤에 찌들어 버린 하수구 같은 단어. 오늘도 비가 와요. 아마, 당신과 내 대화를 축하해 주는 건가 봐. 우리, 지옥은 못 가겠네. 이렇게 축하해 주는 것들이 많아서 어떡해.
 
 
 
깨물리는 손톱 끝이 울긋불긋하다. 여름, 새벽, 장마전선,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것 같아. 이상하게 어긋나는 단어들이 텅 비어버린 공간을 자꾸만 비집고 들어온다. 있잖아, 나는 낙원에 가고 싶어. 과거의 나는 선악과가 있다면 반드시 물어버릴 멍청한 여자였지만, 지금은 다른걸. 베어 물지 않을 거야. 붉은빛에 현혹되지 않을 거야. 물론, 그쪽도 그렇겠지만. …아니다. 아마, 이쪽은 선악과를 깨부술 남자였던가? 작은 농담과 함께 얕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담배 연기, 지독해. 이자성 씨, 우리는 이미 상쇄됐잖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게 너무 벅차서, 우리는 아마 아무 데도 못 갈 거야. 그래도 빌어봐요. 당신의 행복이 아닌 내 행복을.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나? 쾨쾨한 연기가 눈 앞을 가리며 전진했다. 참 서툰 사람이야. 빗소리를, 빗방울을 담배 연기로 가려줄 생각이나 하고. 맞닿은 두 손이 부서지며 추락했다. 떨궈진 이름은 희망, 불붙은 라이터는 조각.


 
 
우린조각나버린사랑을들고왜이렇게나애쓰는지,나이제외다어려버린아이야이제는성숙을약속하며신에게영혼을맹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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